- 2019. 5. 23 -
정동진
달랑 휴대폰 하나만 들고 혼자서 23:xx시 청량리발 정동진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무엇보다 무박이 필요했다)
전국 각지의 도로 사정이 좋아지고 온갖 교통수단의 운행속도가 빨라지니 국토의 종축이 짧은 우리나라에서 무박 열차여행이 가능한 곳은 사실상 동해 정동진역이 유일한 듯하다.
40여 년 전 탔던 논산 훈련소행 입영 열차가 나에겐 최초의 장거리 여행길(?)이었는데, 덜컹거리며 굼벵이 기어가듯 느릿느릿 바퀴를 굴리던 열차가 몇 번인가 차량이 나뉘고 붙고 하더니 드디어 경기도 땅을 벋어 날 즈음, 차창밖에 보이던 그 생경한 풍경들이 지금까지도 가끔씩 새록새록 떠오르곤 한다.
그럴 때면 12시간씩 걸렸다는 그 당시 서울발 부산행 완행열차며, 대전역 플랫폼 가락국수 얘기 등을 함께 떠 올려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그 감성적 부산행 무박 열차여행을 꿈꾸어 보곤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열차 시간표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출발시간을 최대한 늦추고 늦추어 무궁화호 막차를 선택해 봐도 요즘은 출발 5시간 30분 후 자정 도착이다. 그 시간에 도착해 숙소 예약이 없이 뭘 어쩌겠는가.
그러나 어찌 됐건 가까운 시일 내에 덜컹거리는 아무 곳행 야간열차에 또 한 번 몸을 싣고 싶다.
(P.S : 다른 글 지운다는 것이 실수로 이 글을 날려 먹고 구글에서 찾아 복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