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04. 23 -
오남리 수사골
"어머니, 이모"
zorki-4K + jupiter-8 50/2 + Ilford Fp4 plus 125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산소를 이장하던 날, 60여년과 30여년 만에 잠깐 세상 밖으로 나오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뵙기 위해 두 분 자매가 함께 하셨다. 올 해로 만86세인 어머니와 13년 터울 아래이신 이모님.
지금은 허물어 없어지고 빈터가 되었지만, 당신들께서 태어나고 자라셨던 고향집 터를 둘러보시는 어머니와 이모님의 새삼스러울 것 없다는 듯 애써 덤덤한 그 표정은, 그 당시 모든 혼인한 여성들이 그러했듯이 출가외인(出嫁外人)으로서 오로지 지아비와 자식들 뒷바라지만을 숙명처럼 여기고 살아야 했던 세월의 간극만큼이나 깊은 회한에 다름이 아니었으리라.
그래도,
다시 먼 길을 떠나실 두 분께 몇 푼 노잣돈을 올리고 천상 자식일 수 밖에 없는 모습으로 곱게 절을 올리시는 어머니께도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지만..) 어머니가 계셨다.
썩 좋은 체력을 가진 건 아니지만 평소 감기는 잘 안 걸리는 편이라, 늘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다고 자랑(?)하곤 했는데, 며칠전 그러니까 작년 말일이 되겠다. 목구멍이 은근히 따가워 지기 시작하더니 정월 초하루부터 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다행이 열은 없는 편이라 진통제 정도로 때우고 있는데, 어젯밤부터는 왠 기침이 또 그리 나는지... 목 찢어지는 것 같다.
어제는 러시아에서 공수 받은 몇 만원 짜리 카메라 조르키 4K + jupiet-8 f2/50mm 를 종일 만지작 거리다 필름을 먹이고 작은 카메라백에 넣어 두었다. 빨리 테스트 촬영 좀 나가봐야겠는데, 이눔의 감기..쯥..
(조르키 시리즈는 라이카 카피로 유명한 러시아산 카메라. Jupiter-8 50/2 렌즈 또한 ZEISS SONNAR 2/50mm 카피제품)